1. 서론: 재정의 뉴노멀(New Normal)과 국부(Sovereign Wealth)의 재정의

1.1 연구의 배경: 저성장·세수 결손 시대의 도래

2024년과 2025년을 관통하며 대한민국 경제는 구조적인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기획재정부의 경제 전망에 따르면, 2026년 한국 경제는 반도체 경기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의 지연과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약 1.8% 수준의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된다.1 이는 고도성장기의 종언을 고하는 동시에, 기존의 조세 수입(Tax Revenue)에만 의존하는 재정 운용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2023년부터 이어진 세수 추계의 오차와 대규모 세수 결손은 재정 당국에 심각한 경고음을 울렸다. 2025년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직전 9년간의 세수 진도율 패턴을 고려할 때 법인세 등 주요 세목에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안정적인 국가 예산 운용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마른 수건 짜기' 식의 지출 구조조정을 넘어, 국가가 보유한 자산(Assets) 자체를 적극적으로 운용하여 비세수 수입(Non-tax Revenue)을 창출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1.2 연구의 목적 및 범위

본 보고서는 2025년 12월 기획재정부가 공식 발표한 '한국형 국부펀드(가칭 KSWF)' 설립 계획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국부 운용 전략의 대전환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정부는 1,300조 원에 달하는 국유재산을 활용하여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을 벤치마킹한 새로운 투자 기구를 2026년 상반기까지 출범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이 보고서는 다음의 핵심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을 통해 전개된다.

  1. 기존의 한국투자공사(KIC)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새로운 국부펀드가 필요한가?

  2. 정부가 벤치마킹 모델로 지목한 테마섹(Temasek)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며, 2024-2025년 테마섹의 최신 운용 전략(T2030)은 한국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3. 1,300조 원 국유재산의 실체는 무엇이며, NXC 물납 주식과 같은 구체적인 자산은 어떻게 국부 증식의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는가?

  4. 새로운 국부펀드는 AI,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어떠한 전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본 연구는 기획재정부의 공식 업무보고 자료, KIC의 2024년 연차보고서, 테마섹의 'Temasek Review 2025', 그리고 국내외 주요 싱크탱크의 경제 전망 리포트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단순한 현황 파악을 넘어선 입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전략적 제언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한국형 국부펀드(KSWF)의 설립 구상과 구조적 특징

2.1 설립 로드맵과 '경제 대도약'의 비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5년 12월 1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26년을 '한국 경제 대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그 핵심 수단으로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을 공식화하였다. 이는 단순한 금융 정책의 일환이 아니라, 성장 전략, 재정·세제 혁신, 공공 부문 개혁을 포괄하는 6대 정책 방향의 정점에 위치하는 거시적 프로젝트이다.

정부의 구상은 명확하다. 국부를 '보관'하는 것에서 '증식'하고 '이전'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부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증식해 미래 세대로 이전한다"는 철학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호주의 퓨처펀드(Future Fund)가 연금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목적과 유사한 맥락을 지닌다.

2.2 재원 조달 메커니즘: 1,300조 원 국유재산의 활용

새로운 국부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재원(Funding Source)의 성격 변화다. 기존 KIC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Foreign Reserves)이라는 '부채 성격의 자산(Liabilities)'을 위탁받아 운용했다면, KSWF는 정부가 소유한 '자본 성격의 자산(Equity)'을 기반으로 한다.

정부가 언급한 1,300조 원 규모의 국유재산은 다음과 같이 구성될 것으로 추정된다:

  • 공기업 지분: 한국전력, 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의 정부 보유 지분.

  • 물납 주식: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현금 대신 납부된 비상장 주식(예: NXC 지분).

  • 행정 재산 및 일반 재산: 활용도가 낮은 유휴 국유지 및 건물.

  • 기타 정부 출자 자산: 각종 연기금 및 공제회의 여유 자금 일부 통합 가능성.

이러한 자산 구성은 펀드의 리스크 허용 성향(Risk Appetite)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 결제를 위해 원금 보전과 유동성이 최우선이지만, 국유재산 기반의 펀드는 자산 가치 상승(Capital Appreciation)을 목표로 보다 공격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2.3 전략적 목표: 산업 육성과 금융 외교의 결합

KSWF는 단순한 재무적 수익 추구를 넘어, 국가 경제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도구로 설계되고 있다.

  1. 국가전략산업 육성: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장기 모험 자본(Patient Capital)을 공급한다. 이는 민간 벤처캐피탈(VC)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대형 인프라 투자나 R&D 자금 지원을 가능케 한다.

  2. 글로벌 경제 협력 강화: 정부는 '한미 전략투자공사' 및 기금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KSWF와 연계하여 미국 등 우방국과의 공급망 동맹을 금융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3. 수출 금융 지원: '전략수출금융기금'을 조성하여 대규모 해외 수주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

3. 벤치마킹 모델 심층 분석: 싱가포르 테마섹(Temasek)의 진화와 시사점

한국 정부가 KSWF의 롤모델로 지목한 테마섹은 국부펀드의 진화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발표된 'Temasek Review'를 바탕으로 테마섹의 운용 전략을 분석하는 것은 KSWF의 성공 조건을 도출하는 데 필수적이다.

3.1 테마섹의 정체성: 상업적 원칙과 관리자(Steward) 정신

테마섹은 1974년 싱가포르 정부가 보유한 공기업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러나 테마섹은 정부 부처가 아닌 '상업적 투자 회사(Commercial Investment Company)'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테마섹 헌장(Temasek Charter)은 테마섹이 자산의 관리자(Steward)로서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세대 간 번영을 이끄는 것을 사명으로 규정한다.

이들의 핵심 운용 철학은 "Do Well, Do Right, and Do Good"이다.

  • Do Well: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한다.

  • Do Right: 기관과 주주를 위해 올바른 지배구조와 윤리 경영을 실천한다.

  • Do Good: 지역 사회와 인류의 번영에 기여한다.

이는 KSWF가 단순히 수익률만 쫓는 헤지펀드가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내재화한 책임 투자자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3.2 포트폴리오 성과 분석 (2025년 기준)

테마섹의 2025년 3월 31일 기준 순포트폴리오가치(Net Portfolio Value, NPV)는 4,340억 싱가포르 달러(약 440조 원)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장부가(Book Value) 기준이 아닌 시가 평가(Mark-to-Market)를 적용할 경우, 비상장 자산에서 약 350억 싱가포르 달러의 추가 가치 상승분이 발생하여 실질 가치는 4,69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표 1] 테마섹의 기간별 총주주수익률(TSR) (2025년 3월 기준)

기간수익률(S$ 기준)분석 및 시사점 1년 (변동성 존재) 단기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 가치 사상 최대 기록 10년 5% 저금리 및 고물가 시기를 관통하며 안정적 수익 유지 20년 7% 글로벌 금융위기(2008), 팬데믹(2020)을 극복한 회복탄력성 입증 설립 이후 (1974~) 14% 복리 효과를 통한 국가 부의 폭발적 증대 실현

이러한 성과는 테마섹이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10년 이상의 장기적 시계(Time Horizon)를 가지고 투자를 집행했기에 가능했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2,600억 달러 이상을 회수하는 활발한 자본 순환(Recycling Capital) 전략을 통해 저성장 자산을 매각하고 고성장 분야로 갈아타는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3.3 자산 배분 전략의 대전환: 탈(脫)싱가포르와 구조적 트렌드 추종

테마섹의 포트폴리오는 설립 초기 싱가포르 내 국영기업에 집중되었으나, 2025년 현재는 완벽한 글로벌 포트폴리오로 진화하였다.

  • 지리적 다변화: 싱가포르 비중은 50% 수준으로 축소되었으며(초기 대비), 미주(Americas),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등 선진국 시장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 내에서도 중국 비중을 조절하고 인도 및 동남아시아로 다변화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이 엿보인다.

  • 섹터 전략: 금융 서비스(22%)와 교통/산업(22%)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TMT(20%)와 생명과학/농식품(Life Sciences & Agri-Food, 7~9%) 분야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 구조적 트렌드(Structural Trends): 테마섹은 디지털화(Digitization), 지속 가능한 생활(Sustainable Living), 미래 소비(Future of Consumption), 수명 연장(Longer Lifespans)이라는 4대 테마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3.4 비상장 투자와 자체 운용 생태계 구축

테마섹 모델의 가장 큰 차별점은 비상장 자산(Unlisted Assets) 비중이 전체의 49%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이는 상장 주식 시장의 단기 변동성을 헷지(Hedge)하고, 기업의 성장 초기 단계(Early Stage)부터 참여하여 상장 프리미엄을 향유하는 전략이다.

테마섹은 이를 위해 직접 투자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Seviora, Vertex, Pavilion Capital 등 다양한 자산운용 자회사(Asset Management Companies)를 설립하여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들 자회사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AUM)만 900억 싱가포르 달러가 넘으며, 외부 자금을 유치하여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4. 기존 한국투자공사(KIC)의 운용 현황과 한계

새로운 국부펀드 설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한국의 유일한 국부펀드인 KIC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4.1 KIC의 성장과 2024년 운용 성과

KIC는 2005년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하여 2024년 말 기준 운용 자산(AUM) 2,065억 달러(약 280조 원)를 달성하였다. 누적 투자 수익은 약 939억 달러로, 원금 대비 약 45%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였다.

2024년 연간 수익률은 8.49%를 기록하였다.16 이는 2023년의 11.6% 수익률보다는 다소 낮아졌으나, 글로벌 고금리 환경과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도 주식 및 채권 등 전통 자산에서 벤치마크를 상회하는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2025년 3분기까지 미국 기술주 랠리에 힘입어 11.73%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

[표 2] KIC 자산 배분 현황 (2024년 말 기준)

자산군비중주요 특징 전통 자산 (주식/채권) 78.1% 여전히 포트폴리오의 절대 다수 차지. 유동성 확보 목적. 대체 자산 (Alternatives) 21.9% 사모주식(PE), 부동산, 인프라, 헤지펀드 등. 지속적 확대 추세. 목표 비중 25% (2025년) 수익률 제고를 위해 대체투자 비중 확대 추진 중.

4.2 대체투자의 성과와 한계

KIC의 대체투자 부문은 2009년 투자 개시 이후 연환산 8.06%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전체 수익률(4.75%)을 크게 상회하는 '알파(Alpha)' 원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사모주식(Private Equity)은 연 9.4% 이상의 고수익을 창출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KIC는 샌프란시스코, 뭄바이 등 해외 거점을 통해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와 신흥국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4.3 왜 KIC로는 부족한가? (Structural Limitations)

KIC가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KSWF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KIC가 가진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1. 국내 투자 제한: KIC법상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므로, 원화 자산 취득이 제한된다. 이는 국내 전략 산업(AI, 반도체)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이나 투자가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2. 소극적 주주권: KIC는 특정 기업의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FI) 원칙을 고수한다. 반면 테마섹은 싱텔, 싱가포르 항공 등의 대주주로서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을 주도한다.

  3. 자산 성격의 불일치: 외환보유액은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하므로, 자금이 10년 이상 묶이는 초대형 M&A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5. 한국형 국부펀드의 핵심 전략 및 운영 메커니즘

5.1 국유재산의 지주회사화(Holding Company Structure)

KSWF는 단순한 펀드가 아니라, 정부가 보유한 국유 지분을 통합 관리하는 '국가 지주회사'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이는 테마섹이 싱가포르 재무부(MOF) 산하의 지주회사로서 공기업들을 거느리는 구조와 유사하다.

기재부는 1,300조 원의 국유재산 중 현금 흐름이 발생하거나 자산 가치 증대 가능성이 높은 우량 자산을 선별하여 KSWF에 현물 출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감시하고, 민간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여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거버넌스 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5.2 NXC 지분 처리와 적극적 가치 제고 전략 (Case Study)

KSWF의 운용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은 바로 넥슨의 지주사 NXC 지분 처리 문제다. 정부는 상속세 물납으로 인해 약 29.3%의 NXC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가 되었으며, 이 지분의 가치는 약 4조 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과거라면 캠코를 통해 공개 매각 절차를 밟았겠지만, 4조 원이 넘는 덩치와 경영권 프리미엄 문제로 인해 수차례 유찰되었다. KSWF는 이 지분을 이관받아 무리하게 매각하는 대신 장기 보유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 배당 수익 확보: NXC로부터 매년 수백억 원대의 배당금을 수취하여 펀드의 운영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국고에 귀속시킨다.

  • 기업 가치 제고: 2대 주주로서 경영 투명성을 요구하고, 필요시 해외 국부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지분을 공동 매각하거나 IPO를 추진하여 회수 가치를 극대화한다.

    이러한 접근은 국유재산을 '처분 대상'이 아닌 '투자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을 의미한다.

5.3 4대 투자 플랫폼 전략

KSWF는 자산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4가지 하위 플랫폼으로 구분되어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1. 혁신성장 펀드 (Growth Capital): AI, 바이오 등 국내 벤처 및 유니콘 기업에 투자하여 스케일업(Scale-up)을 지원한다. 테마섹의 벤처 투자 자회사인 Vertex Holdings 모델을 차용할 수 있다.

  2. 전략 인프라 펀드 (Strategic Infrastructure): 에너지 전환, 데이터센터 등 국가 필수 인프라에 투자한다. 한미 전략투자공사와 연계하여 글로벌 공급망 핵심 자산 확보에 주력한다.

  3. 구조조정 및 재편 펀드 (Restructuring):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보유한 구조조정 기업 지분을 인수하여 정상화 후 매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4. 글로벌 공동투자 펀드 (Global Co-investment): KIC, 국민연금 등 기존 연기금과 매칭 펀드를 조성하여 해외 우량 자산 인수에 참여한다.

6. 거시경제적 환경과 정책적 시사점

6.1 2026년 경제 전망과 재정의 역할

KDI와 자본시장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2025-2026년 한국 경제는 수출 증가세 둔화와 내수 부진이 겹치며 1%대 후반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2 민간 소비 증가율은 1.6% 수준에 그치고, 건설 투자는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KSWF는 재정 정책의 보완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펀드 운용 수익을 배당 형태로 국고에 납입하여 세수 부족분을 메우거나, 경기 침체기에 국내 인프라 투자를 집행하여 경기 부양 효과(Fiscal Stimulus)를 일으키는 자동 안정화 장치(Automatic Stabilizer)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6.2 글로벌 금리 및 자산 시장 전망

2025년 글로벌 채권 시장은 인플레이션 둔화와 함께 금리 하락세가 예상되며, 이는 KSWF의 초기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 긍정적 요인이다.22 또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은 국내 채권 시장의 안정성을 높여 KSWF가 발행할 수 있는 국채나 특수채의 소화 여건을 개선할 것이다.

반면,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수출 중심의 한국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KSWF는 국내 자산뿐만 아니라, 무역 장벽을 우회할 수 있는 현지 생산 거점이나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를 병행하여 포트폴리오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7. 성공을 위한 과제와 리스크 요인 (Risk Management)

7.1 지배구조의 독립성: '관치 금융'의 유혹 차단

테마섹 성공의 제1원칙은 "정부는 소유하되 경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KSWF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외풍을 완벽하게 차단해야 한다.

  • 이사회 구성: 공무원 비중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자산운용 전문가와 기업 경영인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 법적 장치: KIC법과 유사하게 투자 운용의 독립성을 법률로 보장하고, 수익률 외의 정치적 목적(지역 민원 해결 등)을 위한 투자를 금지해야 한다.

7.2 이해 상충 방지와 연금 사회주의 논란 해소

정부가 펀드를 통해 민간 기업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게 되면, '연금 사회주의(Pension Socialism)'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정부가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여 시장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KSWF는 명확한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Stewardship Code)을 제정하고, 경영 참여는 기업 가치 훼손이 명백한 경우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또한, 테마섹처럼 일정 시점이 지나면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여 회수하는 '출구 전략(Exit Strategy)'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7.3 전문 인력 확보와 성과 보상 체계

1,300조 원이라는 거대 자본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 전문가가 필요하다. 공공기관 수준의 연봉 테이블로는 월스트리트나 싱가포르의 인재를 영입할 수 없다. KIC가 겪고 있는 인력 유출 문제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파격적인 성과급 제도와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여 글로벌 인재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8. 결론 및 정책 제언: 2026년을 향한 대계(Grand Plan)

8.1 요약 및 시사점

한국형 국부펀드(KSWF) 설립은 대한민국 재정 운용의 패러다임을 '수동적 관리'에서 '능동적 창출'로 전환하는 역사적 분기점이다. 1,300조 원의 국유재산을 모태로 테마섹 모델을 도입하는 것은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미래 세대를 위한 부를 축적하고, 국가전략산업을 육성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테마섹의 사례는 국영 투자회사가 상업적 원칙과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출 때,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혁신의 촉진자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KIC의 지난 20년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지만, 이제는 그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그릇이 필요한 시점이다.

8.2 정책 제언

  1. 특별법 제정의 조속한 추진: '(가칭)한국형 국부펀드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2025년 내에 제정하여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공기업 지분 이관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

  2. 글로벌 스탠다드 거버넌스 확립: 설립 준비 단계부터 글로벌 자문단을 구성하여 테마섹, GIC, 퓨처펀드의 지배구조를 벤치마킹하고, 투자심의위원회의 독립성을 헌장(Charter)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3. 산업 정책과의 정교한 연계: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R&D 로드맵과 KSWF의 자금 배분 전략을 일치시켜, '기술 개발-자금 공급-상용화-회수'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4. 국민적 합의 도출: 국유재산은 국민의 자산이므로, 펀드 운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매년 성과를 국민에게 상세히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어 '관치 논란'을 선제적으로 불식시켜야 한다.

2026년 출범할 한국형 국부펀드가 '제2의 테마섹'을 넘어, 대한민국 고유의 성공적인 국부 운용 모델로 정착하여 100년 후 우리 후손들에게 풍요로운 자산을 물려주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