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A+, 멘탈은 F. 직장 생활 꿀팁처럼 한 번쯤 들어본 말일 텐데요.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몰라도 아는 척, 힘든데 괜찮은 척하는 가면을 쓰기도 합니다. 특히 일 잘한다 소리 듣는 고성과자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어려움을 숨긴 채 어떻게든 버티며 성과를 내죠.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고기능성 불안(High-Functioning Anxiety, HFA)이라고 부릅니다.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고 유능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백조처럼 끊임없이 발을 구르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불안이 계속되면 고성과자들의 지속 가능한 직장 생활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문제는 개인만 소진되는 게 아니라 조직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조직행동론 전문가들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낼 때 오히려 조직 성과가 더 좋아진다고 말하는데요. 서로의 취약점을 알게 되면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커버플레이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척하는 가면을 벗고 손발을 착착 맞추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완벽해 보이는 당신, 사실은 고기능성 불안일까?
고기능성 불안을 겪는 직장인은 조직에서 보물 같은 존재로 통합니다. 마감 기한을 철저히 지키고, 디테일에 강하며,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성취 지향적이기 때문입니다. 동료들은 그들을 보며 저 사람은 항상 에너지가 넘쳐, 자기 관리가 철저해라고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은 전쟁터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성실함은 사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잠시라도 쉬면 도태될 것 같다는 강박, 내가 실수하면 모든 평판이 무너질 것이라는 공포가 그들을 끊임없이 채찍질합니다. 이들은 퇴근 후에도 업무에 대한 생각(반추)을 멈추지 못하고, 불면증이나 원인 모를 신체적 통증에 시달리며 고성과자 번아웃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솔루션: 취약성의 고리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불안한 가면을 벗고 심리 안전감이 넘치는 강한 팀을 만들 수 있을까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조직행동 전문가 제프 폴저 교수는 취약성의 고리(vulnerability loop)를 만들라고 제안합니다.
취약성의 고리란 A가 B에게 자신이 취약하다는 신호를 보내면 B가 자신도 취약하다는 신호로 응답해 취약성을 공유하자는 무언의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 과정은 마치 뇌가 신호를 주고받는 것과 같습니다. 누군가 먼저 솔직히 제가 이 부분을 놓쳤습니다.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의 뇌에서는 긴장이 풀립니다. 아, 여기서는 완벽하지 않아도 안전하구나라는 신호를 받는 것이죠. 그러면 상대방도 사실 저도 그 부분이 고민이었어요라고 화답하게 됩니다. 이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단단한 신뢰의 고리가 형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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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해 보이지 않으면서 솔직해지는 법
많은 분이 걱정합니다. 취약성을 드러내면 정말 무능해 보이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무턱대고 아, 모르겠어요. 너무 힘들어요라고만 하면 무책임해 보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능함을 잃지 않는 취약성 드러내기 기술입니다.
핵심은 현재의 어려움(취약성)과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유능함)를 결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나쁜 예: 이 프로젝트는 저한테 너무 어려워요. 못 하겠어요. (무능함으로 비침) 좋은 예: 이 프로젝트의 기술적인 부분은 제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낯섭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관련 자료를 학습하고 있고, 팀장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성장 의지와 신뢰 형성)
이렇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되,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함께 알려주세요. 그러면 동료들은 당신의 취약성을 나약함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용기로 받아들입니다.
리더가 먼저 시작해야 하는 이유
취약성의 고리,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시작은 리더입니다. 흔히 리더는 완벽하고 강한 모습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리더십 전문가들은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는 리더를 구성원들이 더 신뢰한다고 말합니다.
왜냐고요? 구성원들은 이미 알고 있거든요. 리더도 사람인지라 완벽할 수 없다는걸요. 그런데도 늘 실수도, 고민도, 문제도 없는 척하면, 구성원들은 리더의 모습이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의문만 쌓입니다.
리더가 먼저 제가 지난번 회의 때 그 부분을 놓쳤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하거나, 이 부분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니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합니다라고 도움을 요청해보세요. 그리고 도움을 준 구성원에게 고마워요라고 마음을 표현하는 겁니다.
그러면 구성원은 내가 리더에게 도움이 되고 있구나. 리더도 나를 믿고 어려움을 공유하는데, 나도 솔직히 말해도 되겠다라고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이 쌓이면 자신의 취약성을 숨기려는 구성원의 마음도 서서히 잠금 해제됩니다.
결론
강한 팀은 약점이 없는 팀이 아닙니다. 애초에 그런 팀은 존재하지도 않죠. 진짜 강한 팀은 약점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팀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서로의 부족함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즉 심리 안전감입니다.
고기능성 불안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혼자 끙끙 앓고 계신가요? 혹은 우리 팀원들이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나요? 오늘, 아주 작은 취약성부터 공유해보세요. 그것이 당신과 당신의 팀을 지켜주는 가장 단단한 고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지금, 우리 팀은 취약성의 고리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나요?
여러분의 경험을 댓글로 들려주세요. 팀 내에서 솔직하게 어려움을 털어놓았을 때 오히려 결과가 좋았던 적이 있나요? 아니면 반대의 경험이 있나요? 함께 이야기 나누며 더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요.
FAQ
Q1. 고기능성 불안(HFA)은 질병인가요? A1. 고기능성 불안은 공식적인 의학적 진단명(DSM-5)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고성과자들이 겪는 심리적 상태를 설명하는 용어로 널리 쓰입니다. 겉으로는 기능에 문제가 없지만, 내면의 불안과 강박이 심해 일상생활의 질을 떨어뜨린다면 전문가의 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2. 팀원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리더십이 흔들리지 않을까요? A2. 무조건적인 하소연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직함은 오히려 신뢰를 높입니다. 완벽한 척하는 리더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팀원의 도움을 구하는 리더가 더 높은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이를 통해 팀 신뢰 구축 방법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Q3. 취약성의 고리를 만들고 싶은데 팀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요. A3. 거창한 고백이 아니어도 됩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세요. 오늘 제가 컨디션이 조금 난조라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꼼꼼히 봐주세요 같은 가벼운 공유로도 충분합니다. 작은 신호가 모여 조직문화 개선의 씨앗이 됩니다.
Q4.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과 불평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A4. 불평은 상황이나 남 탓을 하며 감정을 배설하는 것에 가깝지만, 건강한 취약성 공유는 나의 현재 상태를 알리고 도움이나 협력을 구하는 건설적인 행위입니다. 목적이 연결과 해결에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Q5. 동료가 고기능성 불안 같아 보이는데 어떻게 도울 수 있나요? A5. 그 사람의 성과만 칭찬하기보다, 그 과정에서의 노력과 힘듦을 알아봐 주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많이 바빠 보이는데, 내가 도울 부분은 없어?라고 물으며 안전하게 기댈 틈을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